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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87

열하일기 - 박지원 개인적으로 2020년에는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열하일기'를 통해 그 한 능선을 넘었습니다. 3권으로 이루어진 분량도 분량이지만, 번역된 한자 어휘, 생소한 지명, 인명 등으로 독서의 난도가 높아서 완독 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록이나 잡록은 집중하여 읽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책 자체는 예전에 구매했으나 오랜 시간 동안 (가상의) 책장에 보관만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고전 읽기를 결심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보관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서는 왜 열하일기가 고전 명작에 포함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박지원이라는 작가의 매력, 그만의 유쾌함으로 인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하일기'라는.. 2020. 5. 18.
증명된 사실-이산화 최근 개인적으로 한국 SF문학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 SF소설은 해외 SF소설 과보다 장르소설적 특성보다는 순수문학적 특성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 사실이나 사건, 줄거리 위주로 진행되기보다는 SF적 소재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의 인격적 성장이나, 감정적 고뇌, 사회 부조리의 인식 등 주제의식이 추가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국 SF문학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산화 작가의 작품집인 '증명된 사실'도 SF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몇 가지 장르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지옥 구더기의 분류학적 위치에 대하여', '연약한 두 오목면'처럼 SF적인 주제가 부각되는 작품은 물론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한 줌 먼지 속', '카르멘 엘렉트라, 그녀가 내게 키스를', '2억 .. 2020. 5. 18.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어떤 문학적 배경을 가진 작가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과 같은 작품집 또한 한국 SF소설 읽기의 일환으로 선택했을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가 기자 출신이고, 인정받는 작가이며, 오히려 SF보다는 순수문학 쪽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수록된 작품들 또한 SF의 성격보다는 순수문학적 성격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SF적인 요소들은 소재로서 기능하고, 결국 작품의 주제는 주로 사랑이야기인 문학 말이죠. 사랑 보조제를 통해 사랑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약을 끊기로 결심한 주인공의 고뇌를 다룬 '정시에 복용하십시오', 타인의 감정을 주입할 수 .. 2020. 5. 18.
토끼의 아리아 - 곽재식 곽재식 작가의 글은 SF로 분류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블랙 코미디'이라고 생각합니다. SF라는 장르가 과학과 공상적인 내용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 안에서 다양한 비유를 통해 사회 풍자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곽재식 작가의 글은 현실의 부조리를 다루면서도 재치 있는 소재와 내용들로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자칫 심각하거나 우울한 내용이 될 수 도 있는 내용을 따뜻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결론으로 끝맺는다고나 할까요? '토끼의 아리아'는 작가의 여러 소설 집 중 하나입니다. 본업을 두고 활동하면서도 쓴 많은 작품 중에 9편의 단편을 담았습니다. 작가 본인은 출판사에서 선정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 단편들이라고 합니다만, 여전히 흥미롭고 유쾌한 글들입니다. 인공 .. 2020. 5. 6.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윤성철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주제는 인류 역사 내내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거대담론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존재했던 사상은 신(神)에 의한 창조론이었고, 불과 몇 백 년 전에서야 인류는 이 주제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로 정립된 우주관을 제시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는 완벽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세상과 달리 우주는 고귀하며, 완벽한 원리에 의해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고, 이 원리는 수천 년간 우주에 대한 인류 인식의 근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세 이후 과학혁명의 과정에서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수천 년을 내려온 우주에 대한 관점은 뒤바뀌게 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에 대한 탐구 영역이 보다 넓고 자세해지면서 우리가 완벽하다.. 2020. 5. 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학계에 대중들이 주목할만한 신인들이 별로 없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90년대~2000년대에 등단한 나름 중량급 작가들이 '주목할만한 신인' 취급을 받는 기이한 상황까지 나타나곤 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르소설 등의 분야가 활성화되면서 순수문학 쪽으로 젊은 작가들의 입문이 활발하지 못한 점도 하나의 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디어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주목할만한 신인 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김초엽 작가는 SF라는 독특한 장르적 형식으로 대중들의 호기심과 문학적 완성도를 둘 다 만족시킨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일견 그의 작품이 SF소설로, 장르 소설로 분류되는 경우가.. 2020.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