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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20

프랑켄슈타인 메리셀리, 을유문화사 고전을 읽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명작을 읽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된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동안 인문학 위주로 독서를 하다 보니, 조금 가벼운 글이 읽고 싶어 져 다시 소설을, 그중에서도 SF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워낙에 영화 등을 통해 미디어로 많이 접했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과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소설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책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소설은 로버트 월튼이라고 하는 인물이 북극을 항해하던 중 만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으며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 내용에서는 '괴물'이.. 2024. 2. 19.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 모리 다쓰야 일본은 다양한 영역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국내 독자의 취향에 그다지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간혹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은 이른바 '빅 히스토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빅 히스토리라고 하면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인류학,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포괄하는 개념이고, 때문에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 비록 일본 학자뿐일지라도 - 의 각각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생물의 탄생, 인간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생물의 진화와 생명이 유지되는 원리를 거쳐 우주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해 보고, 다시 우.. 2024. 2. 13.
모파상 단편선 기 드 모파상 지음, 임미경 옮김, 열린책들 열 명의 손님을 태운 마차가 프러시아 군이 점령한 지역을 벗어나 프랑스로 향합니다. 손님들은 돈 많은 상인 부부, 지방유지 부부, 백작 부부, 수녀 둘, 공화파 민주주의자 청년, 그리고 '비계덩어리'라는 별명을 가진 창녀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프러시아 군 사령관에게 돈을 주고 통행증을 얻어 프러시아 군이 점령한 지역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너무 급하게 출발한 나머지 그들을 먹을 음식조차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배고픔을 참으며 계속 이동해야 하는 상황, '비계덩어리'는 품에서 음식을 꺼냅니다. 다들 프랑스 지역으로 이동하는데만 신경 쓸 때 가장 신분이 낮은 뚱보 창녀만이 음식을 .. 2024. 2. 4.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만문만화로 보는 근대의 얼굴 - 신명직 "만문만화" 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현대에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는 주로 4컷짜리 또는 1컷짜리 시사 만화입니다만, 일제 강점기이던 1920~1930년대 신문과 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의 한 장르입니다. 만문만화의 형식은 문자 그대로 만문(漫文, 흐트러진, 정식이 아닌 글)과 만화(漫畵,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그림)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형식입니다. 만화가 순수 예술로서의 그림과 다른 장르인 것 처럼 만문도 고급스러운 문학이나 시사 비평이 아닌 잡스러운 글을 의미합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만문만화라는 장르가 나오게 된 것은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1920년대 중반까지 조선 신문에서는 시사 만화나 풍자만화 장르도 유행하고 있었지만, 1924년부터 조선총독.. 2024. 1. 28.
하루 10분 인문학 50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나와 세계에 대한 짧은 교양 - 이준형, 지일주 프랑스 중등과정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는 한 줄의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인문이나 철학에 관련된 주제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주관식으로 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험입니다. 한 동안 내용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 위주로 읽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머리도 식힐 겸 선택한 '하루 10분 인문학'은 바칼로레아 시험 기출문제 중 50가지의 질문을 선택해 각각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며 동/서양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인문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매일 10분씩 5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 2024. 1. 23.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현대성의 형성 - 김진송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을 '현대'라고 부릅니다. 그 어느 시대건,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현대'였습니다. 우리는 100년전을 근대, 또는 근현대라고 부르지만 100년전 사람들에게 그 시대는 현대였을 것입니다. 물론, 200년전의 사람들에게도 그 시대는 현대였을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시대 구분을 떠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대'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이해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의 흐름속에서 자연스럽게 현대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100여년전의 시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급격하게 현대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대라는 시대 구분에서 현대로 넘어서는 그 시기에는, 사람은 근대인이었지만 사회는 급격하게.. 2024.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