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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프랑켄슈타인

by zian지안 2024. 2. 19.

메리셀리, 을유문화사

고전을 읽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명작을 읽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된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동안 인문학 위주로 독서를 하다 보니, 조금 가벼운 글이 읽고 싶어 져 다시 소설을, 그중에서도 SF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워낙에 영화 등을 통해 미디어로 많이 접했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과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소설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책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소설은 로버트 월튼이라고 하는 인물이 북극을 항해하던 중 만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으며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 내용에서는 '괴물'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프랑켄슈타인에게 이야기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극중극 형태의 소설입니다.

생명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괴물(크리처)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끔찍한 외형에 놀라 도망칩니다. 다시 돌아가 보니 괴물은 사라진 뒤였고,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몇 달간 요양하던 그는 고향에 있는 동생의 살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괴물의 소행임을 눈치챈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몇 달간 머물면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 산속에서 괴물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괴물은 어느새 말을 할 줄 알고 있었고, 그동안 괴물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빅터에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마주하고 싶었으나 괴물의 마음보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통해 마음도 세상과 단절되어 버렸다는 이야기,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은 결혼이라는 생각 등을 이야기하며, 괴물은 자신의 배우자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괴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의무감으로 여자 괴물을 만들려고 했던 빅터는, 과연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다가 만들던 여자괴물을 파괴합니다. 그러자 괴물은 분노하여 빅터의 친구와 아내를 살해하고 아버지마저 충격으로 사망하자 빅터는 괴물을 찾아 북극으로 향합니다. 북극으로 향하던 도중 월튼을 만나게 되었지만, 이미 쇠약해진 빅터는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동안 미디어의 영향으로 원작과 다르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작에는 딱히 시체 부분 부분을 모아 괴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며, 여자괴물도 만들지 못하고 만드는 중에 찢어버리는 걸로 나옵니다. 미디어를 접하지 않고 소설을 읽었다면 일종의 로봇을 만든 것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물론 '생명'을 창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무생물보다는 생명체를 창조한 것이 맞겠습니다만..)

또한 소설의 주제나 내용에 대해 많은 의견과 토론이 오가는 작품이니 만큼, 소설이 출판된 19세기 초반으로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설정들은 지금 보아도 놀랍습니다. 과학소설의 분류로 들어가지만 공포소설스러운 부분도 있고,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외모로 상대를 판단할 수 있는가'와 같은 주제를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간혹 자학용으로 쓰이는 다음의 대사가 나왔을 때는 조금 우습기도 했습니다만...

사람은 저마다 가슴에 품을 아내가 있고 동물도 다 짝이 있는데, 왜 나만 혼자란 말인가?

메리 셀리는 이 작품을 18살에 집필했으며, 당시에는 여성이 이런 작품을 출판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명으로 출판했고, 이후에도 몇 번에 걸쳐 개정판을 내놓았습니다.

을유문화사 번역본은 1818년 초판본의 번역본입니다. 번역은 전체적으로는 괜찮은데, 고유명사에서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라고 번역된 부분이 있어 찾아보니 '베르테르'는 일본어 중역본이 소개되면서 알려진 제목이고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베르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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