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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만문만화로 보는 근대의 얼굴 - 신명직 "만문만화" 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현대에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는 주로 4컷짜리 또는 1컷짜리 시사 만화입니다만, 일제 강점기이던 1920~1930년대 신문과 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의 한 장르입니다. 만문만화의 형식은 문자 그대로 만문(漫文, 흐트러진, 정식이 아닌 글)과 만화(漫畵,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그림)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형식입니다. 만화가 순수 예술로서의 그림과 다른 장르인 것 처럼 만문도 고급스러운 문학이나 시사 비평이 아닌 잡스러운 글을 의미합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만문만화라는 장르가 나오게 된 것은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1920년대 중반까지 조선 신문에서는 시사 만화나 풍자만화 장르도 유행하고 있었지만, 1924년부터 조선총독.. 2024. 1. 28.
하루 10분 인문학 50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나와 세계에 대한 짧은 교양 - 이준형, 지일주 프랑스 중등과정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는 한 줄의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인문이나 철학에 관련된 주제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주관식으로 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험입니다. 한 동안 내용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 위주로 읽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머리도 식힐 겸 선택한 '하루 10분 인문학'은 바칼로레아 시험 기출문제 중 50가지의 질문을 선택해 각각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며 동/서양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인문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매일 10분씩 5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 2024. 1. 23.
논 콤팩트(non:compact) 주말마다 외곽에 있는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책을 읽는 것이 소박한 취미 중에 하나입니다. 그동안은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만 했지 별도로 글로 정리한 적은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짧게나마 다녀온 곳들을 글로 정리해 볼까 합니다. 논콤팩트(non:compact)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갈월로 64-4(모현읍 갈담리 274-20) https://place.map.kakao.com/1176048316 논콤팩트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갈월로 64-4 1층 (모현읍 갈담리 274-20) place.map.kakao.com 에버랜드에서 광주 쪽으로 이동하는 방면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2023년 9월에 오픈했으니, 생긴 지 얼마 되지는 않았네요. 실제로 로드뷰로 보면 기존에 창고 또는 사무실로 사용했던 건물.. 2024. 1. 21.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현대성의 형성 - 김진송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을 '현대'라고 부릅니다. 그 어느 시대건,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현대'였습니다. 우리는 100년전을 근대, 또는 근현대라고 부르지만 100년전 사람들에게 그 시대는 현대였을 것입니다. 물론, 200년전의 사람들에게도 그 시대는 현대였을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시대 구분을 떠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대'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이해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의 흐름속에서 자연스럽게 현대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100여년전의 시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급격하게 현대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대라는 시대 구분에서 현대로 넘어서는 그 시기에는, 사람은 근대인이었지만 사회는 급격하게.. 2024. 1. 16.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근대 주택 실내 재현의 과정과 그 살림살이들의 내력 - 최지혜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딜쿠샤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테일러 부부가 일제에 의해 추방된 후 딜쿠샤는 앨버트의 동생이 잠시 관리하다가 한국 전쟁을 거치며 피난민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1959년 자유당 국회의원 조경규가 매입했으나, 1963년 조경규의원이 부정축재자로 지목되어 재산이 국가 소유가 되며 딜쿠샤도 국가의 소유가 됩니다. 하지만 이미 딜쿠샤에는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2006년, 테일러 부부의 아들인 브루스 테일러가 60여 년 만에 딜쿠샤를 방문하면서 딜쿠샤의 존재가 다시금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2015년 브루스 테일러가 사망한 뒤 2016 그의 딸인 제니퍼 테일러가 조부모와 아버지의 유물을 서울 역사박물관에 기증하면.. 2024. 1. 8.
호박 목걸이 호박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딜쿠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진행했던 특별 전시에서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 보니 2018-2019년에 진행했던 전시였네요) 지금 생각하면 딜쿠샤의 주인이었던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가 유물을 기증한 뒤, 딜쿠샤가 박물관으로 재 탄생하는 것을 기념하는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시기에 외국인이 지은 집이 2차 세계대전과 해방 등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혔다가 우연히 다시 역사에 등장한다는 극적인 이야기는 꽤나 깊은 인상을 주었고, 박물관으로 복원이 되면 반드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딜쿠샤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던 시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딜쿠샤 방문은 한동안.. 2024.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