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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IT 개발자의 거의 모든 것

by zian지안 2021. 1. 12.

IT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산업 분야가 되었습니다. 모든 산업이 IT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유지될 없을 정도이죠. 때문에 IT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IT 개발자와 개발 업종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습니다.

 'IT 개발자의 거의 모든 것'은 개발자가 업무 현장에서 겪는 여러 가지 현실을 소개하고, IT 산업의 세부 분야와 기술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거의 모든'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SI(System Integration)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IT업계의 한 영역의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SI업계가 아닌 스타트업이나 IT서비스 분야에 있는 개발자라면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조금 비슷한 면이 있지만...)

한때 국내 IT 개발자의 많은 수가 SI업계로 공급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개발자 양성교육을 통해 유입된 개발자들은 IT서비스라는 개념이 없었던 국내 IT 환경에서 주로 대기업의 자회사 또는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장/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개발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국내 IT산업은 기반이 열악했고, SI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은 건설업의 그것과 유사하게 조직되고 진행되었습니다. 개발자의 역할도 건설업의 일용직 노동자의 그것과 유사하게 조직되어 '갑'은 '을'에게 '을'은 병에게 하청을 주는 식으로 조직이 구성되었으며, 여러 단계의 하청을 통해 부족한 인력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학원에서 3개월, 6개월 수업받는 초급 개발자들이 2,3년 차 개발자로 둔갑되어 투입되어 시스템 전반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형태가 반복되었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이나 자기 계발은 꿈도 꿀 수 없고,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로, 또 다른 프로젝트로 짐을 꾸려 돌아다니는 게 SI 개발자의 일상이 되었죠. 체계화된 개발 조직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으니 몇 년 몸담고 있으면 IT서비스 기업의 개발자에 비해 역량도 자신감도 떨어지는, 스스로 '코더'라 부르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저자는 이 시기 IT업계를 경험한 개발자로 보입니다. 책의 전반부는 IT(그중에서도 SI)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깨달은 IT산업의 현실과 병폐들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업계의 보다 상세한 현황이나 기술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는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분량도 적고 내용도 부실합니다. 현상 인식과 분석에서 심화로 넘어가는 흐름은 잡았지만 후반부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내용들이라 아쉬웠습니다.

AI를 선두로 하여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국내 IT산업은, 2000년대 초반보다 그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IT 서비스가 주 사업인 기업도 많아졌고, 예정보다 체계적인 조직구조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도 많아졌습니다. 때문에 업계에 진입하는 신입 개발자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관경을 개선하지 못한 SI업계의 사정은 다릅니다. 2000년대를 보낸 많은 개발자 '아재'들은 변화의 폭이 큰 IT업계의 특성상,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존의 열악한 환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SI 프로젝트 인원 구성을 보면 3~5년 차 대리/과장도 없어서 나이 4~50의 차장/부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이만큼의 임금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개발자들의 나이는 높아지고 경력은 늘었지만 여전히 '인력 단가'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현실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와 같은 시대를, 같은 업계를 경험 한 개발자라면 많은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시기의 부정적인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개발자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