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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80일간의 세계일주 - 쥘 베른

by zian지안 2020. 1. 29.

2020년 목표로 한 '고전문학 읽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 분량이 많지 않거나 한 번쯤 읽었던 소설 위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F소설을 좋아하는데,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SF소설의 선구자로서 쥘 베른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19세기의 사람이지만 20세기 이후 발명된 수많은 현실의 과학기술을 예측했고, 이후 수많은 과학기술과 문화에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실제로 '해저 2만 리'에 등장한 노틸러스호와 같은 잠수함은 미국의 핵잠수함 명칭이 되기도 했지요.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주인공인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인 장 파스파루트가 80일이라는 제한된 기간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길이 상당 부분 단축되면서 유럽인들이 꿈꾸었던 세계여행에 대한 로망이 투사된 작품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 작품이 그렇듯, 단순하게 상상만으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행기를 그려냈다는 것과, 당시의 생활상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각 구간에 걸리는 시간이나 이용하는 교통편은 당시에 운행하던 상황 그대로이며, 여행하며 들르는 도시들은 단순 경유지이기 때문에 짧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당시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현장감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제는 스포일러도 아니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인 날짜 변경이라는 소재가 실제로 날짜 변경선이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 발표는 1873년, 날짜 변경선이 만들어진 것은 1917년) 이 또한 쥘 베른의 영향력.

당시로서는 '전 세계를 여행한다' 라는 낭만적인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저 정도로 부자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생기는 건 역시나 나이를 먹어 삶에 찌들었기 때문일까요? 당시로부터 10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현실이지만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던 19세기 사람들의 낭만과 도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