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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 박영규

by zian지안 2020. 1. 23.

몇 년 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미니멀리즘'이라는 주제가 유행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삶의 불안, 일본인 특유의 개인적/소박한 정서 등이 혼합되어 '미니멀리즘'이라는 형태의 삶의 방식이 유행하고 국내에도 소개되어 일부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 행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합니다.)

작가는 도덕경을 통해 노자의 사상을 미니멀리즘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삶을 추구했던 노자의 사상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간다는 사상이 현대의 미니멀리즘과 통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파란 유리가 파랗게 보이는 것은, 그 유리가 다른 색깔은 모두 흡수해서 통과시키기 못하기 때문이다. 즉 유리가 파래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유리가 파란색의 파장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의 색깔은 유리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리가 방출해 내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의 진솔한 모습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비워낸 것에 따라 결정된다.
- 무소유, 만물을 소유하는 힘 

자본주의,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은 자꾸 무언가를 벌어야 되고, 구입해야 하고, 소비해야 하는 삶을 강제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유와 소비의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하는 것이 현대인이지요.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아마 그건 내게 있는 것에 만족하고 없는 것을 한탄하지 않기 때문일 거야"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하지만 우리의 행복은 재물과 소비에 있지 않고 스스로의 현실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자신만의 감성 근육을 키워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삶의 중심은 자신이 되어야 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의 감성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자기 몸을 천하처럼 귀하게 여기는 이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 몸을 천하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천하를 부탁할 수 있다"
- 도덕경, 13장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 일희일비하지 않고,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으며 꾸준히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동양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의 삶이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기본적인 고뇌의 원인은 비슷하다는 것에 놀라고, 수천 년 전의 글이 오늘날의 삶에도 적용이 된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은 노자, 도덕경이라는 권위를 빌려 작가 자신의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수천 년이 지나도 인간은 결국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글을 간혹 잊고 있던 삶의 자세와 목표를 되뇔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