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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로빈슨 크루소 - 다니엘 디포

by zian지안 2020. 1. 23.

원래 독서를 위한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책을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2020년에 들어 독서 대상에 고려하고자 하는 것이 '고전 읽기'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어디서 들어는 봤고,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정독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고전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글들. 새해에는 그런 고전들을 빼놓지 않고 챙기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고전부터 시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눈에 띈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으로 시작되는 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책이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시리즈북을 통해 한 두 번은 읽어보았던 소설이지만 정본으로 읽어본 적은 없었던 소설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이런 류의 고전들이 다 그렇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북은 커다란 줄거리를 제외하고 소설의 상세한 설정과 내용들이 많이 빠져 있는데, '로빈슨 크루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연령대를 대상으로는 모험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반해, 다니엘 디포의 원작은 글이 쓰인 시대 배경(17~8세기)을 느낄 수 있는, 다분히 제국주의적이고 종교적인 시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 만큼 현대와 동일한 잣대로 바라볼 수는 없겠죠.

이야기 초반,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가 항해를 떠나고 해적을 만나 고초를 겪는 부분, 남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농장 경영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 2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방치했던 본인의 자산을 처분하고 정리하는 과정 등은 예전에 읽었던 축약본에서는 볼 수 없던 내용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항해 시대로 일컬어지는 당시의 시대 배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섬에서 살아남는 삶의 과정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생존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계속해서 신을 위해 기도하고 종교적 신념을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는 부분은 현대의 관점에서는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애초에 다니엘 디포가 이 소설을 쓴 의도도 종교를 통해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에 와서는 다소 착취로 보일 수 있는 식민지 경영이라던가, '식인종', '미개인'으로 치부되던 원주민에 대한 의식과 평가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올바르지 않은 일이겠으나, 당시의 사회적 의식 수준을 생각해 보았을 때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당시의 관점에서 해야지, 다른 시대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고전으로, 현대소설에 큰 영향을 미친 소설로 남은 것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로빈슨 크루소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생생한 캐릭터성과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은 상세한 배경 묘사,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한 문체 등을 통해 이후 등장하는 유사한 모험소설들에 준 영향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모험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때문에 너무 많이 패러디되어 오히려 원작을 읽어 본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소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 원작을 읽어봐야 하는 소설이 '로빈슨 크루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