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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편의점

by zian지안 2020. 8. 10.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기 다른 작가들이 작품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방식입니다. 안전가옥 출판에서는 지속적으로 이런 주제별 작품집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는데, '편의점'은 '대멸종', '냉면'에 이은 세 번째로 접한 작품집입니다. 

편의점에서 만난 남녀 사이의 시답지 않은 농담처럼 시작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해 우주의 창조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창조의 비밀>은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한 이야기이지만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잘 살아있습니다.

직장을 잃고 가족 또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에게 어떤 편의점은 마지막 남은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라마조프 라이프'라는, 혹시 현실에도 등장할 수 있을법한 환상의 편의점을 배경로 한 <카라마조프  헤븐>, 세상에서 벗어나 제주도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방문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문자의 이야기인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와 같은 이야기들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빌어 삶의 고난과 극복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나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는 작가들의 실제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듯 편의점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일상이 특별한 사건을 통해 깨어지고 다시 극복해 과는 과정을 통해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조금 특별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이라는 소재를 빌어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들, 모음집이 필요로 하는 성격들을 잘 배열한 작품집입니다.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소박한 내용들이 주는 친근감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참신함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