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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 심너울

by zian지안 2020. 8. 3.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 아닐까?
- 초광속 통신의 발명

직장인이라면 문장을 읽자마자 머리를 탁 치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현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으로 주목받는 심너울 작가의 신작 단편집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하였지만, 개발자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생활과 디지털이 일상화된 삶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며, 때로는 젊은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성숙한 고찰을 보여주는, 개인적으로도 최근 등장한 신인들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글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기발한 시선, 풍자를 통해 그냥 지나칠 법 한 평범한 일상을 뒤집어 보고, 현대 문명의 흐름에 아무 저항 없이 끌려가던 자신에게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게 하는 글들입니다. 

<초광속 통신의 발명>, <SF클럽의 우리 부회장님>과 같이 직장생활 중에 맞이하는 일상 풍경을 비틀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가 하면,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시대 변화에 맞추어 변화해 가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 도덕적 관념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합니다.

모든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지.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어차피 모든 사람이 뭣도 모르고 인생사 태반이 주먹구구로 돌아가니 재지 말고 그냥 서류를 내보는 게 항상 이득이라는 걸.
-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그런가 하면,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감정을 감정하기>와 같은 작품들은 과학기술의 도입으로 변화해가는 인류의 삶이 우리 자신, 개인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거인의 노래>와 같은 고전 SF형식의 작품이나, <한 터럭만이라도>와 같이 판타지의 형식을 빌린 풍자 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단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나간 문장력, 현상을 바라보는 기발한 관점 등,  수록된 단편 모두를 즐겁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단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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