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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지상 최대의 내기-곽재식

by zian지안 2019. 12. 2.

곽재식 작가에 대해서는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출연자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과학자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과학자들에 대해 엄청나게 깊이 있는 자료 조사와 뛰어난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가였습니다.

'지상 최대의 내기'는 스스로 과학자이자 연구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아직 작가의 다른 작품은 보지 못한 채 가장 최근작을 접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작과의 비교하기는 어렵고, 하나의 작품만으로 평가하자면 또 다른 의미의 'Hard SF'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보통 Hard SF라고 하면 이론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SF작품을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아서 클라크나 앤디 위어의 작품처럼 마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설정들, 실제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반중력, 빛보다 빠른 물질 와 같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곽재식 작가의 경우, 마치 현실에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소름 끼치게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백미는 역시 소설집의 첫 꼭지인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입니다. 웹진에 발표 당시에도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데 그 현실성은 SF가 아니라 호러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소름 돋습니다. 정부나 공공사업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동일한 세계관 속에 있는 '체육대회 묵시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영감을 받은 듯 한 '종말 안내문', 첩보 스릴러를 SF라는 장르 속에 녹여낸 SF작가들을 위한 헌사 '다람쥐전자 SF팀의 대리와 팀장', 최근 주요한 이슈인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종속선언서', 전형적인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치카우'등의 SF단편들과, '지상 최대의 내기', '로봇 살 돈 모으기'와 같은 감동적인 단편들이 흡인력 있게 이어집니다.

작가는 진지한 SF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작가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통해 독자로부터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F라는 장르와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단편집을 다 읽고 작가 프로필을 찾아보니 발표한 작품이 꽤 있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연이어 읽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