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중력의 임무 - 할 클레멘트

by zian지안 2020. 6. 4.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늘 지구의 중력의 영향을 받습니다. 중력은 우리가 지면 위에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게도, 물을 아래로 흐르게도, 산사태를 일으키게도 합니다. 우리 자신은 너무 자연스럽게 1G의 중력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 인류는 1G의 중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십m에 이르는 거대한 로켓을 만들고, 수많은 자원과 연료를 쏟아부은 후에야 지구 밖으로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보다 수 배나 거대한 행성, 하지만 그 자전 속도가 워낙 빨라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구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행성, 적도에서도 지구의 3배 중력을 가지며 극지방의 중력은 지구의 700배에 이르는 행성이 있다면?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소설이 '중력의 임무'입니다. 단순히 독특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과학적 고증(1950년대의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반영한)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킨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외계 행성을 탐사하던 인류는 독특한 행성을 발견합니다. 적도의 중력은 3G, 극지방의 중력은 700G에 이르는 행성에 흥미를 느낀 인류는 탐사선을 극지방에 무사히 착륙시키지만, 700G의 중력 때문에 탐사선은 다시 이륙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버립니다. 높은 중력 환경 속에 착륙한 탐사선이 수집한 자료는 그 가치가 엄청난 것으로 판단되었고, 인류 스스로 탐사선이 수집한 자료를 찾아오기 어렵다고 판단,  행성에서 살고 있는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며 탐사선의 자료를 되찾아 오고자 합니다.

행성 거주 지적 생명체중 상인이자 모험가인 '발리넌'은 인류를 '플라이어'라고 부르며 인류의 제안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인류의 과학기술에 관련된 것이었고, 플라이어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들조차 가보지 않았던 극지방으로의 모험을 떠납니다. 행성에는 발리넌 일행 말고도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특히 높은 중력에서 생활하는 종족과 낮은 중력에서 생활하는 종족의 모습이나 생활상이 다양하게 그려집니다.

발리넌 일행은 인류와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고 중력에서 적응하기 위해 집게발이 달린 납작한 모습의 지네와 같은 형태로 그려집니다. 고 중력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수십cm의 높이에서 떨어져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때문에 초기에는 아주 낮은 높이에서도 공포에 떠는 모습이 표현됩니다. 하지만 상인이자 모험가인 발리넌 일행은 그들도 차도 처음인 행성 곳곳을 탐험하며, 때로는 다른 종족과 대립하거나 교섭하면서 여행을 이어갑니다. 

주인공인 발리넌 일행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사실 고전 모험소설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리적 난관을 만나고,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종족을 만나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방식의 스토리는 그 배경만 대항해 시대로 바꿔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행성의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모험은, 일반적인 모험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흥미진진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주와 행성에 대한 다양한 현실들이 밝혀진 지금보다도, 역설적으로 오히려 많은 것들이 추축과 상상이었던 1950년대였기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상상을 토대로 하였지만 작품이 발표될 당시에 추정하고 계산할 수 있었던 과학적 근거들을 이용해서 이 극단적인 행성에 대해 최대한 현실적인 설정과 묘사를 이룬 것도 놀랍습니다. 

고전 SF소설을 읽다 보면, 현대의 SF소설 작가들이 허탈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이미 수십 년 전에 완성시켰으니 말이죠.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고전 SF소설을 지금 읽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멸종  (0) 2020.06.10
냉면  (0) 2020.06.04
실업이 바꾼 세계사 - 도현신  (0) 2020.05.27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로버트 하인라인  (0) 2020.05.26
낙원의 샘 - 아서 클라크  (0) 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