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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대멸종

by zian지안 2020. 6. 10.

안전가옥에서 발행하는 엔솔로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대멸종'은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작품인 '냉면'보다 먼저 알게 된 작품집입니다. '대멸종'에 수록된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라는 작품이 인터넷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고,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눈이 갔던 작품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멸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섯 작가가 선보인 작품들은 아무래도 주제가 멸종인 만큼 SF 장르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은 대멸종이 일어난다면 사후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우주 탐사선 베르티아'는 인류의 멸종과 멸종 이후 남은 자들에 대한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는 개발자 주인공에 대한 섬세한 현실 묘사와 세상의 구성과 멸망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에 감탄할 만하며, '선택의 아이'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거창한 명제보다 당장의 현실이 더 중요한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와 같은 판타지 장르의 작품도 '대멸종'이라는 심각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주제 때문인지 엔솔로지의 전작인 '냉면'보다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펼치는 여러 작가들의 개성적이고 다양한 표현 방식들도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집이 계속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