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 최지웅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한다거나, 그 사건을 통해 하나의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나의 사건은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발생하게 되며, 그 사건은 또다시 다양한 다른 사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때문에 역사는 끊임없이 다양한 시각 속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관점을 통해 해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세계사의 흐름과 각 나라들의 역학관계를 '석유'라는 자원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입니다. 산업혁명 석유라는 자원 없이 불가능했던 것만큼이나 석유는 중요한 전략자원이고, 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의 강대국들이 벌인 정치, 경제적인 경쟁과 강대국의 힘싸움을 통해 변화된 세계사의 흐름, 그리고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역학구도까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영국과 미국, 냉전시대 중동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힘싸움과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된 중동의 정치적 갈등 상황, 산유국으로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중동에 대한 주도권을 잡으면서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한 미국, 강대국에 대항해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목적으로 중동 국가들이 힘을 모은 OPEC의 탄생, 이를 통해 발생한 갈등의 결과인 중동전쟁과 오일쇼크,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 911 테러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들은 현대의 세계사 속에 석유라는 자원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족적 측면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사 적인 측면뿐 아니라, 석유라는 자원이 경제에 끼친 영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일쇼크는 왜 발생했고,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가, 1986년과 2014년 유가 폭락은 왜 발생했는가,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정유회사의 최대 주주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가?  OPEC과 러시아, 미국의 석유 감산 줄다리기는 왜 발생하는가, 쉐일오일이 세계 경제와 미국의 외교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 까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국제 정세와 경제에 대한 이해까지 석유라는 자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명쾌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 간의 정치 역학관계나 경제 문제가 단순히 석유라는 자원 하나로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석유를 둘러싼 국가들의 관계를 통해 '이러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셰일 오일의 개발과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의 국제관계 대응방식이나, 코로나19 이후 발생했던 OPEC과 러시아의 감산 분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용어도 많지 않고 역사적 맥락과 연계되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와 정치, 외교에 대해 석유라는 관점에서 명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