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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냉면

by zian지안 2020. 6. 4.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대형 서점 외에, 최근에는 다양한 독립서점이나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큐레이션을 하는 서점이 있어서 간혹 들러보곤 합니다. 테마 서점에서는 대형서점에서는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작품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냉면'도 어떤 테마 서점에서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표지가 독특했고, 슬쩍 열어본 책의 내용도 매우 흥미로워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최근에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특정한 테마를 주제로 하여 여러 작가들이 한 권의 책을 구성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게 된 건 최근에 읽은 리디 셀렉트 포스트(https://select.ridibooks.com/article/@mycareer/17)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게 있나?'였다면 김보영 작가의 글을 통해 이런 형태의 책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냉면'을 다시 떠올린 것도 글을 읽으면서 전에 이 책을 어떤 서점에서 지나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냉면'이라는 주제는 조금 황당할 수 도 있습니다. 작가들이 과연 냉면이라는 주제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장르는? 내용은? 책을 열기 전에는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책을 닫으면서는 각각의 작가들의 가진 독특한 개성과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됩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니 작가 개개인이 가진 개성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주제는 같지만 장르와 내용은 다양합니다. 'A, B, C, A, A, A','혼종의 중화냉면'과 같은 성장 로맨스에서부터 '남극낭만담' 같은 은 SF 호러, '목련 면옥'과 같은 스릴러,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와 같은 블랙코미디까지. 작가들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움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들입니다. 

특정 작가를 좋아한다면 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엔솔로지 작품집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안전가옥 엔솔로지가 이후에도 이어지는데, 한동안은 이런 작품집 쪽을 좀 더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