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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유럽 도시 기행 1권-유시민

by zian지안 2019. 11. 4.

유시민의 글은 확실히 쉽게, 잘 읽히는 글은 아닙니다. '잘 쓴 글' 임에는 틀림없지만 쉽거나 잘 읽히는 글은 아닙니다. 길지 않은 문장에도 담겨있는 그의 지식과 안목에 감탄하게 되지만, 주관적인 감성이나 감정 최대한 자제하고 지식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지적 희열을 건조하게 풀어가는 그의 문장을 읽는 것이 가히 '재미'를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그의 '유럽 도시 여행기'를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처럼 생각하고 읽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여행할 도시를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로 정한 것부터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고, 네 개의 도시를 관통하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고 의식하지 않으면 이 책은 여행기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닌 어정쩡한 책이 되어버리니까요.

유럽 문명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네 도시를 둘러보는 것은 유럽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테네에서 시작한 유럽 문명은 로마 제국에 의해 대륙 전체로 확산되었고, 동로마 제국은 이를 천 년 동안 이어갔으며, 근대 유럽은 프랑스혁명-나폴레옹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애초에 이를 의도한 듯, 작가는 각 도시를 돌아보며 도시의 전성기와 쇠퇴의 역사, 그리고 그 도시에서 일어난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한 발 한 발 밟아가며 풀어내고 있습니다. 도시를 방문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도시의 역사와 유적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상상하면서 따라갈 수 있고, 도시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여행의 경험을 되살리며 마치 역사 가이드와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문장은 재미없지만, 그 내용은 어떤 여행기보다 흥미진진합니다.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 어찌 보면 고급스러운 여행 가이드북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유시민이 옆에서 가이드하며 함께하는 도시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지적인 희열이 느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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