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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완전사회 - 문윤성

by zian지안 2019. 10. 23.

 

어쩌다 보니 고전 SF소설을 연속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한국 최초의 성인 대상 SF작품인 '완전 사회'입니다. 이 소설도 무려 50년 전(196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고전 SF소설을 읽을 때 마다 그 진보성에 감탄하곤 합니다. 수 십 년 전의 작품에 현대사회에서 논의되는 사회, 철학적 주제에 대한 고민을 담거나(당시에는 전혀 논의할 수 없었던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과학/기술발전의 방향성을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한다던가 하는 등의, 아마 작가는 당시로서도 상당히 진보된 안목과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완전사회'는 냉동 수면의 실험체가 되어 수백 년 후 미래에서 깨어난 주인공 '우선구'가 완전히 변화한 미래사회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 백 년 후의 미래는 남자라는 존재가 사회에서 사라진(추방된) 여자들의 사회가 되어 있으며, 모든 것이 '완전한' 사회로 변모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제도의 변화로, 사회는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수 백 년 전 과거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변화한 사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사회도 과거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으며 사회적 불안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오히려 과거의 사고방식을 가진 자신이 미래사회의 사회갈등의 절충점을 찾아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되고자 합니다.

확실히 고전 작품이기 때문인지, 주제의식이 현대의 소설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첫 번째는 여성인권과 자기 주체적인 여성상입니다. 주인공 우선구가 살던 원래 시대의 약혼자인 '장숙원'은 처음에는 '조신한 여자'라고 마치 당시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처럼 등자하지만 우선구가 냉동 수면 실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약혼자의 결정을 지지하고, 자의로 우선구가 잠든 섬에 남아 새로운 삶을 개척 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우선구가 깨어난 미래의 '완전사회'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여성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비폭력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입니다. 소설이 쓰인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두 번째는 과학을 광신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입니다. 소설이 쓰여진 196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달착륙 경쟁과 같이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보편적인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 과학자 집단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사회의 불완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완전한 사회제도와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모순을 작가는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인간 존중과 인류 화합에 대한 강조입니다. 작가는 완전해 보이는 사회도 그 자체로는 완전할 수 없으며 인류가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화합하여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현시대의 소설보다 주제의식이 명확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고, 특히 불과 5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체 때문에 읽기 수월한 소설은 아닙니다. (문체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별도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50년 전에 고민했던 사회적 이슈들을 아직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고전이기 때문에 약간은 투박하지만, 고전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와 닫는 작품, '완전사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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