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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역사의 역사 - 유시민

by zian지안 2020. 7. 20.

역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주제일 것입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자신들의 역사를 다양한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고, 그중에 어떤 사람들은 역사서라는 형태로 정리하여 후대에 전달했습니다.

'역사의 역사'는 문자 그대로 역사라는 기록의 분류의 시작부터 역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스에서부터 기록의 대상을 인류 전체로 넓혀 인류사로 확장해 나가는 최근의 역사기록에 이르기까지 역사사(史)에 주요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과, 그들의 기록이 남긴 의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로부터 시작하여 주로 유럽사에 치우치는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작가는 그 시야를 중국과 이슬람으로 더 넓히고, 한국사를 포함하여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대 이후 역사연구가 아직까지는 서양의 시각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연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역사가들의 해석은 늘 변화되어왔습니다. 역사를 사실과 해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고 기록한 역사가들이 있었고, 과학적 탐구 방식을 이용하여 이해하려고 했던 역사가들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의 원리에 맞추어 해석하려고도 했으며, 작게는 부족과 국가의 역사로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로 시작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인류문명 전체의 통사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의 역사를 통해 역사에 대한 인류의 해석은 계속하여 변화/발전해 왔고 아직도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의 역사'를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과 그 변화의 과정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유시민 작가가 의도했던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저술에 가장 가까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역사서들은 일반인으로서는 직접 읽어보기 어려우니, 작가가 읽어보고 주요한 내용과 그 의미를 소개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최종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가공된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책에 언급된 역사서들을 전부 읽어보지 않더라도 '역사의 역사'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의 교양서로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다만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문장도 깔끔하고 논리도 명확한데 결정적으로 '재미'는 없는 게 아주 약간의 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