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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by zian지안 2024. 1. 16.

현대성의 형성 - 김진송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을 '현대'라고 부릅니다. 그 어느 시대건,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현대'였습니다. 우리는 100년전을 근대, 또는 근현대라고 부르지만 100년전 사람들에게 그 시대는 현대였을 것입니다. 물론, 200년전의 사람들에게도 그 시대는 현대였을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시대 구분을 떠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대'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이해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의 흐름속에서 자연스럽게 현대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100여년전의 시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급격하게 현대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대라는 시대 구분에서 현대로 넘어서는 그 시기에는, 사람은 근대인이었지만 사회는 급격하게 현대로 전환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전통적 삶의 방식에서 현대적 삶의 방식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당시 사람들이 겪었던 혼돈과 적응의 과정을 되돌아 보며 지금의 사회를 만든 '현대성'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들여다 보는 책입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기가 식민지 한반도라는 공간에 갇혀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은둔자 처럼 살던 시기라는 선입견과는 반대로, 당시의 사람들도 새로운 과학 이론,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패션, 흥행하는 할리우드 영화, 재즈 음악과 같은 현대 문명을  적극적으로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문화를 경박스럽다고 천시하는 사람들도 공존하던 시대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잡지와 기사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놓고 토론하고, 드라이아이스라는 새로운 물질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은 당시의 과학 지식도 현대의 상식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행하는 패션과 노래를 소개하거나 영화의 흥행으로 유명 스타에 오른 배우들을 소개하는 모습이라던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놀러만 다니는 모던보이/모던걸에 대한 논평, 광고가 너무 선정적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꽤나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여성관의 변화에 따라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싫은'  젊은이들의 세태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과도기적' 시대 상황에서 혼란과 희망을 같이 느꼈을 당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서양과 일본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댄스홀을 허가 해 주지 않아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라는 탄원서를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식민지 인의 현실, 식민지인으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모습이 그들의 글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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