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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by zian지안 2024. 1. 8.

근대 주택 실내 재현의 과정과 그 살림살이들의 내력 - 최지혜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딜쿠샤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테일러 부부가 일제에 의해 추방된 후 딜쿠샤는 앨버트의 동생이 잠시 관리하다가 한국 전쟁을 거치며 피난민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1959년 자유당 국회의원 조경규가 매입했으나, 1963년 조경규의원이 부정축재자로 지목되어 재산이 국가 소유가 되며 딜쿠샤도 국가의 소유가 됩니다. 하지만 이미 딜쿠샤에는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2006년, 테일러 부부의 아들인 브루스 테일러가 60여 년 만에 딜쿠샤를 방문하면서 딜쿠샤의 존재가 다시금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2015년 브루스 테일러가 사망한 뒤 2016 그의 딸인 제니퍼 테일러가 조부모와 아버지의 유물을 서울 역사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딜쿠샤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딜쿠샤에는 수십 년을 살고 있던 거주민이 있었고, 거주민과의 협약등으로 복원이 미뤄지다가 2018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복원이 시작됩니다. 딜쿠샤의 존재가 알려지고 복원이 이루어지기 전, 딜쿠샤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https://youtu.be/hPsXMxr2LY8?si=YJkHxna_suYcbusk

저자는 근대 건축 재현 전문가로, 딜쿠샤의 복원의 중심이 되는 1층과 2층 거실을 테일러 부부가 살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복원에 참여하였고, 복원 과정과 결과를 책으로 남겼습니다.

딜쿠샤의 실내를 복원하는 것은 단지 사진을 보고 비슷한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것이 아니라, 테일러 부부가 살던 시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찾아 돌려놓는 작업입니다. 더구나 딜쿠샤에는 미국인 앨버트와 영국인 메리 부부는 사업가와 배우로서 충분한 재력과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조선에서 살며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했었습니다. 때문에 딜쿠샤의 실내를 복원한다는 것은 19세기 초반 세계의 다양한 물건들 - 조선의 물건들을 포함하여 - 을 찾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복원 과정은 검색과 기다림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딜쿠샤의 사진을 토대로 비슷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조사하고, 인터넷 경매나 때로는 그 지역의 골동품점을 찾고, 인터넷 경매에 물건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때로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포기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딜쿠샤의 복원은 진행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가구들과 소품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딜쿠샤에 복원한 물건뿐만 아니라 20세기 초반 테일러 부부가 살던 시절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던 가구와 소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당시의 거주 문화를 엿보기도 합니다.

딜쿠샤는 이미 복원이 완료되어 2021년 3월 개관하였습니다. 딜쿠샤에 방문한다면, 딜쿠샤 1층과 2층 거실의 모습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복원된 것인지 잠시 생각하며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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