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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브런치로 읽는 철학과 세계문학-정시몬

by zian지안 2020. 2. 18.

오랜만에 독서후기를 적어봅니다. 그동안 분량과 내용이 만만치 않은 두 권의 책을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최근까지도 '브런치'라는 제목으로 인문학 저서를 이어가고 있는 정시몬 작가의 두 책. 철학 브런치와 세계문학 브런치 두 권을 다 읽고 후기를 적으려는 생각에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작가의 출간 순서대로라면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문학 브런치' 순서가 맞겠지만, 몇 달 전에 세계사 브런치를 이미 읽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철학 브런치'와 '세계사 브런치'를 읽게 되었습니다.

'세계사 브런치'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 작가, 인문학 영역에 속하는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면서도 주제의 무게감을 잃지 않도록 재미있게 글을 구성하는 필력에 놀랍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철학을 소개하면서는 그리스 철학이 출연할 수 있었던 배경과 철학자들이 살아갔던 삶에 대해 간략하지만 응집력 있게 보여줍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철학을 소개하면서도 철학적 주제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철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철학 브런치'를 읽고 나니 비로소 그리스의 학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얼마나 '빡쳤을'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철학 브런치는 서양 철학사 전반과 철학자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입니다. 서양 철학사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철학이 정립되기까지 수많은 논쟁의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키케로, 아우렐리우스와 같은 로마 철학자들이 로마라는 사회의 정치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중세의 암흑기를 뛰어넘어 근대 철학을 소개합니다. 베이컨, 데카르트, 파스칼,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볼테르, 니체, 사르트르, 카뮈, 하이데거 등등 교과서에서 이름만 들어보았던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근대 이후의 서양철학은 이해하기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근대 서양철학이 발전했던 시대의 흐름과 철학자들의 삶을 함께 보여주니 (아직도 어렵지만) 실천론 - 관념론 - 유물론으로 흐르는 서양철학의 흐름이 약간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건, 작가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동양철학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서양 근대 철학 부분에서 동양의 이기론과 비교하는 내용이 살짝 등장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대 서양철학과 고대 동양(중국) 철학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이 부분은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네요.


'세계문학 브런치'도 전부 서양 작가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같은 그리스 고전으로 시작하여 근대 시문학에 이르는 서양 문학 전반을 다루면서도 과학소설이나 추리소설 등 장르소설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어서 특별한 재미를 줍니다. 단순히 문학작품 자체보다도, 문학작품을 탄생시킨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삶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서양문학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서양문학이 주요한 주제이니 만큼, 아무래도 고대/중세 문학보다는 셰익스피어 이후 근대/현대 소설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전 읽기'를 진행 중인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읽어보아야 할지 많은 가이드가 되었습니다만, 마찬가지로 동양 고전은 한편도 소개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책의 분량에 비해 다루고 있는 범위가 광대해서 각각의 내용에 대한 깊이는 깊지 않은 책입니다. 하지만 작가 나름대로 유명한 문구나 내용에는 원전(주로 영어)을 병립해서 표기하고 있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원문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도록(문학이나 시) 배려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원문 표기는 작가의 저작 전체에 공통적으로 반영되는 특징입니다.) 

인문학을 깊게 이해하긴 어렵지만 말 그대로 '브런치'와 같이 가볍게 읽고 이해하려는 독자에게는 딱 원하는 만큼의 지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재미있는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도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