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데미안-헤르만 헤세

by zian지안 2020. 3. 11.

최근에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다시 언급되고 있는 '데미안'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침 '고전 읽기'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참에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책들, 특히 '고전'이라고 이야기되는 책들은 그 책을 읽는 나이에 따라,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장의 고뇌를 담고 있는 성장소설이나,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는 책들이 그러한 경우가 많은데, '데미안'도 그러한 부류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성장소설로 많이 권유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성장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혼란, '데미안'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성장기의 고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하나의 지침이자 위안을 주기에 적합한 내용입니다.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으면 싱클레어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위안받으면서 읽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시 읽는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겪는 고민이 단지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고민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평생 동안 고민해야 할 고뇌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소설을 마흔두 살에 썼는데, 때문에 다시 읽는 이 소설에서는 중년에 접어든 헤르만 헤세의 소회도 함께 읽힙니다. 나이를 먹어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힘들고, 공부는 어렵고, 나이를 먹으면 깰 수 있을 줄 알았던 세상의 껍질은 여전히 나를 가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릴 때는 그 껍질을 깨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껍질을 깰 의지조차 없는 무력한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에 읽은 '데미안'은 읽고 난 뒤 개운하고 삶의 의지를 주는 소설이었다면, 더 나이를 먹고 읽는 '데미안'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지는 소설입니다. 왜 나는 젊은 날의 방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지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