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가짜뉴스의 고고학

by zian지안 2024. 4. 7.

로마 시대부터 소셜 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 최은창

우연치 않게 가짜뉴스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 작품의 경험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이번에는 국내 작가의 책이었기 때문에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생각보다 분량도 많았고, 내용도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읽기 전의 우려는 손쉽게 해소되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도 수준 높은 내용에 만족하면서 읽었습니다.

'가짜뉴스의 고고학'은 가짜뉴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선 1장 '가짜뉴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가짜뉴스의 정의, 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지, 과거 역사의 가짜뉴스의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녀사냥과 같은 종교적인 이유로 발생한 가짜뉴스, 정치적 목적의 가짜뉴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가짜뉴스 등의 역사를 통해 가짜뉴스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아봅니다.

2장에서는 허위정보와 프로파간다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 가짜뉴스가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어떻게 활용 또는 악용되어 왔는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로 근대사를 배경으로 2차 대전 기간 중 독일의 프로파간다, 통킹만 사건, 걸프전 대량살상무기등 특정 민중의 여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용된 가짜 뉴스들을 알아봅니다.

3장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활용되는 가짜뉴스를 소개하며, 4장에서는 선거기간 중 만들어지고 활용되는 가짜 뉴스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5장에서는 이러한 가짜뉴스들에 대한 언론의 책임, 언론이 스스로 만들어냈던 가짜뉴스들에 대해 알아보고 언론이 '팩트체크'라고 하는 가짜뉴스 판별 방식조차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를 제시합니다.

6장은 이러한 가짜뉴스가 인터넷과 플랫폼이라는 환경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재생산되는 현실을 알아보고, 7장에서는 가짜뉴스가 '표현의 자유'에 속할 수 있는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고민합니다. 8장에서는 과학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와, 반대로 과학을 음모론으로 취급하는 가짜뉴스 등 과학적 지식과 관련된 가짜뉴스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통제하기 위한 역사적 사례 및 개별국가들의 대응 방식을 통해 가짜뉴스 방지와 표현의 자유 억압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를 고민해 봅니다.

내용이 길고, 쉽게 읽을 수 없는 내용이 많은 책이지만, 가짜뉴스라는 주제를 다양한 사례와 시각을 통해 다각도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핵심적인 주제와 저자의 생각은 마지막 장에서 알아볼 수 있는데, 앞에서 길게 알아보았던 내용이 마지막 단락에서 잘 정리되어 자칫 정리되기 어려울 수 있는 전체 내용을 잘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형태의 '거짓'이 어떤 이유에서 의도적으로 생산되고, 누가 어떻게 전달했고, 어떤 혼란과 피해를 주고, 어떤 방식의 규제가 제안되었나를 살펴보았다. (중략) 허위뉴스와 가짜 뉴스는 인류 문명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여론과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각 시대의 기술적 조건은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작가의 마무리 말처럼 가짜뉴스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지식을 얻기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의견이나 주장은 많지 않고 건조한 사실 전달과 분석 위주의 내용이지만 판단이 아닌 이해를 위해서는 이 정도로 충분하며, 그런 의미에서 주제에 충실한 책이었습니다.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더, 경성을 누비다  (0) 2024.04.14
쿼런틴  (0) 2024.04.14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1) 2024.04.07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0) 2024.03.31
시시콜콜 조선 복지실록  (0)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