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인적인 단톡 방에 지인께서 리디북스 위험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330억 추가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고, 리디북스 앱도 일부 리뉴얼되었길래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니, 지인께서 불안해하신 건 지난달에 진행되었던 몇 가지 변화를 근거로 한 내용입니다.
1. 약관 변경
지난 2019.10.27에 공지된, 2019.11.28 약관 변경 공지를 보면 7조 [서비스의 중단] 항목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변경된다고 나옵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만일 사업을 포기하게 될 때 '당초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에 따라 소비자에게 보상한다'에서 '해당 시점에 통지된 내용에 따라 이용자에게 손해가 최소화되도록 조치한다'로 변경되었는데, 이 부분이 사업 종료하면서 보상 액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지인의 이야기였습니다.
우선 해당 문장을 보면 '당초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라는 게 약간 모호하게 표현이 되어있어서 좀 더 명확하게 문구를 수정한 것 같고, 기업 입장에서 '보상'에 대한 좀 더 확실한 범위를 명시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일부 오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2. 도서 구매 포인트 적립 중지
두 번째는 지난 2019.10.7부터 적용된 3%의 구매 포인트 적립 폐지입니다. 경영 사정이 나빠져서 포인트 적립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드는 것이죠. 보통 존재하던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기업의 사정이 나빠질 때 흔히 있는 일이니 걱정할 만 하긴 합니다. 물론, 사업 초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중단하는 경우도 흔하니 리디북스가 유별나게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3. 도서 정가제 논란
때마침 도서정가제가 웹툰, 웹소설로 적용된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http://www.etnews.com/20191105000056) 이러한 걱정을 더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전자책 유통사의 정가 표시 준수 관련 협조문’이 논란이 되었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076)이 2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나마 일반 책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전자책도 비싸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된 것이죠
물론 출판심의위원회의 공문은 도서정가제의 강화로 전자책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전자책을 '원화'로 표시하라는 공문이었기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될 내용은 아니지만 도서 정가제에 대한 반감이 높은 소비자들은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여러 가지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리디북스에 대한 걱정도 높아지게 된 것입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외국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 편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지만 높은 eBook 앱의 품질을 유지하고, 고객 요구사항에 대한 빠른 대응, 적극적인 콘텐츠 확보로 크레마라는 대형 서점 연합에 비해 사용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리디북스를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디북스가 과연 위험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은 아닙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리디북스는 최근 추가 투자를 받았습니다 (리디, 330억 추가 유치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10/858578/). 리디북스의 운영사인 (주)리디는 2011년 이후 5번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고 있으며, 그 금액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매출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으로, 2019년 10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2018년은 라프텔(https://laftel.net/), 아웃스탠팅(https://outstanding.kr/)을 인수하여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상장을 염두한 몸집 불리기가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2018년에는 구독형 서비스인 리디셀렉트(https://select.ridibooks.com/home)도 론칭하여 소비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5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8679)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니, 리디북스의 매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당분간은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아직은'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불안 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 불안정한 수익구조
전자책과 같은 콘텐츠 사업은 수익구조가 열악합니다. 콘텐츠 판매에 대한 대부분의 원가는 출판사로 돌려줘야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콘텐츠를 할인해서 팔고 있는 실정이니 콘텐츠 자체의 수익은 더 열악할 것입니다. 게다가 eBook 리더와 같은 하드웨어 구색 맞추기로 출시하는 것이지 수익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위에 단통법 문제처럼 전자책 가격이 상승하여 사람들이 콘텐츠 구매를 하지 않게 되면 곧바로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론칭한 서비스가 리디 셀렉트입니다.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아직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수치적인 결과물이 나와야 명확하게 측정 가능 해 질 것 같습니다.
2. M&A의 함정
리디북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서비스고,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프텔이나 아웃스탠딩 인수도 그러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M&A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상장을 목표로 하여 더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노 먼트 인수 기사는 있는데 리디 기업 소개 페이지에는 내용이 나오지는 않네요)
하지만 이러한 M&A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리디북스는 과거 '만두엔터테인먼트' 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2018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성과가 나오려면 몇 년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디북스는 삼성, KT등 대기업이 진출했던 전자책 시장에서 살아남았고, 쟁쟁한 서점 연합을 물리치고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리디북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고객 존중'에 있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준비하여 피드백하는 정신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으며, 그러한 신뢰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콘텐츠 업체이면서 플랫폼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도 그 기본 가치에 충실한 행보였습니다.
때문에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를 어느 정도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야 할 시점에 욕심을 부리다가 사라져 간 기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리디북스는 바로 그 기로에 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시점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을 존중하며 사업을 확장 해 간다면 지금까지 보여준 리디북스의 역량으로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리디북스의 고객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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