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신사와 선비-백승종

by zian지안 2019. 12. 4.

서양의 시민의식의 시작에 '신사'가 있다면 동양, 그중에서 조선에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신사'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선비'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변질되었기는 하지만 신사와 선비는 모두 각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인 기준이 되는 계층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양의 신사와 조선의 선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각각의 사회에서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하며, 두 계층이 가졌던 사회의 역할을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1. 신사

서양의 신사라는 계층은 중세의 '기사'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봉건사회였던 중세시대에 영주의 명을 받들고 농노들을 이끄는 중간계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영주에 대한 충성과 종교적 신념을 가졌던 기사라는 계층은,  그 폭력적인 계급의 성격을 제어하기 위해 종교적/도덕적 신념을 강제당했고 그 결과 기사도는 중세사회의 이상적인 가치가 되었습니다. 

중세의 마감과 함께 기사도 또한 잊히는 듯하였으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사도는 신사도라는 형태로 부활하게 됩니다. 중세의 기사도가 사회의 폭력성을 제어하기 위한 이상적인 모습이었다면 신사도는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사회의 모순,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형성됩니다. 이는 산업적인 부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한 '젠트리'라는 계급의 부흥과 공교육의 확대와 함께 사회 전반으로 전파되어 서양 근대 시민 규범을 형성하게 됩니다.

2. 선비

조선의 선비들은 유교적 신념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들은 현실사회에 유교적 이상향을 이룩하려고 노력했고, 그를 위해 인격 수행을 기본으로 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선비들의 신념은 조선을 중국보다 더 유교적 이상향에 가까운 나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선비들이 추구했던 이상적인 사회는 현실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원리주의에 불과하였고, 결국 그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망국의 길을 걷게 됩니다. 

3. 시민의식의 형성

작가는 선비정신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선비정신이 가진 가치를 돌아보고, 그것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계승할 수 있을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선비들은 자신의 탐욕보다 유교적 이상향 실현을 위해 지역 사회에 투신하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것이 약한 조선의 중앙 집권력을 보완하는 장치였다고 해석합니다. 선비들이 유교이념을 지역에 전파하려 했던 노력이 지역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국가 전반의 도덕적 수준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의 재발굴을 통해 선비정신을 현대 시민의식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노력을 하자고 주장합니다.


신사와 선비를 서양과 동양 시민의식의 근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했습니다. 특히 신사와 선비가 동일하게 인간의 본성을 선함으로 생각하였으나, 신사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통해 개인주의적, 자유경쟁체제로 사회를 변화시켰다면 선비는 선한 본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격 수행과 절제를 기반으로 한 서양과는 정 반대의 사회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나, 장자 상속 체제에서 상속을 받을 수 없었던 계층이 서양에서는 적극적으로 산업/상업에 투신하여 산업혁명을 었다면 조선에서는 지역사회에 투신하여 유교사회의 근간이 되었다는 주장들은 유사한 사회적 조건에서도 반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양 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작가는 신사와 선비라는 계층이 현대사회의 시민의식을 만드는데 큰 기반이 되었으며, 신사도가 되었던 선비정신이 되었던 배울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여 우리 사회에 적용하자고 주장합니다. 근대에 신사는 성공하였지만 선비는 결국 실패하였기 때문에 신사라는 단어는 긍정적으로, 선비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만큼 작가는 몇 번이고 조심스럽게 선비정신을 그대로 도입하자는 게 아니며, 현대에 맞는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현대 우리 사회 전반에 선비정신의 근간은 아직 살아있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역동적이면서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게 사회를 유지하는데 기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신사의 가치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시대에 개인의 절제와 공동체를 위한 기여를 우선시하는 선비정신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것은 어쩌면 역사의 흐름에서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