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객 입장에서 리디가 앞으로도 잘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글입니다.
몇 년 전에 리디북스가 위험하다고? 라는 조금 도발적인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리디북스가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글에서는 아웃스탠딩과 라프텔 인수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3년 반 정도 지난 지금은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오늘(2023.04.05) 2022년도 리디 경영공시 보도자료가 대대적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리디, 2022년 매출 2,211억 달성… 14년 연속 성장 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는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했었는데, 결국 14년째 매출이 성장하고 있으니, 주목할만한 성장입니다.
그리고 기사 내용을 쭉 읽어 보면, 당기 순이익 448억을 달성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약간 위화감이 듭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리디는 분기별로 흑자를 낸 적은 있어도 연간 순이익이 나오던 회사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꽤 많은 적자였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서 자료를 좀 찾아보았습니다.
역시 좀 이상합니다. 전년도에는 155억의 영업 적자와, 663억의 당기 순손실이었던 기업이 1년 만에 당기 순이익 448억? 영업 적자폭은 오히려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다른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콘텐츠 플랫폼 리디, 작년 매출 2천211억…당기순이익 흑자전환 다른 기사에는 조금 더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있네요. 여기에는 당기 순이익 이외에 영업이익은 손실이라고 나와있습니다.
당기 순이익이지만 영업 손실이라면, 실제 기업 운영으로는 적자인데 다른 부문에서 이익이 났다는 의미입니다. 기사 본문에도 나와있지만, 이런 경우는 '라프텔' 매각의 결과로 448억이라는 당기 순이익이 만들어졌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그럼 과연 라프텔 매각이 얼마나 영향이 있었길래 663억 적자에서 448억 흑자로 1100억이나 순이익이 늘어나게 된 걸까요?
전자공시에 들어가 보면 2022년 감사 보고서가 4월 5일 자로 등록되었습니다. 내용을 살짝 보니까 보도자료에 나온 금액은 연결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손익계산서를 보면, 2210억 수익에 비용은 2571억을 썼네요. 보도자료에 나온 대로 영업손실이 360억 정도 됩니다. 수익 빼기 비용계산은 간단하죠. 그리고 좀 더 밑으로 내려가서 영업 외 수익 부분을 살펴봅니다.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당기 순손익 중 지배기업 순손익이 448억이 나와있네요. 보도자료에서 나온 448억이 이 내용입니다. 전년도에 663억 적자 내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를 자세히 보면, 계속영업 단기 순손실은 192억이고 지배기업 이익이 640억이라서 448억으로 계산된 것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리디 자체적으로 당기 이익이 원래 640억이 났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면 이 이익은 어디서 왔을까요? 주석 31번을 확인해 봅니다.
역시나 라프텔 매각에 따른 금액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830억 정도 수익이 있었고, 이런저런 비용을 제외하고 딱 640억으로 맞춰집니다. 리디의 448억 당기 순이익의 퍼즐이 이렇게 맞춰집니다.
추가적으로 확인해 보면, 2022년 11월 당시, 라프텔이 800억에 매각되었다고 합니다. [단독]토종 사모펀드 케이스톤파트너스, 애니메이션 OTT 1위 ‘라프텔’ 800억에 인수 라프텔 지분 87%를 매입하였다고 나오는데, 실제 경영공시를 확인하면 87.5%를 매입한 걸로 확인됩니다.
이로서 당기 순이익 448억의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아쉽게도 당기 순이익 448억은 영업실적에서 나온 게 아닌, 라프텔 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더욱 아쉬운 건, 실제 영업 이익은 2021년의 두 배가 넘는 손실이었다는 것입니다. 보도자료에는 투자 및 마케팅으로 인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물론, 라프텔 매각으로 리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니 계속 적자만 이어가던 행보에 약간 숨통이 트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력을 통해 좀 더 투자의 여력도 생겼겠죠
다시 첫 보도자료로 돌아가 보면, 리디 스스로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매출과 14년 연속 성장이라는 점외에 당기 순이익에 대해서는 별로 강조하지 않고 있네요.
거의 대부분의 전자책을 리디에서 구매했고, 현재도 몇 년째 리디셀렉트 구독하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리디는 계속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리디가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평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전자책만 가지고 사업해서 이익을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리디가 사업을 다각화한다던지, 예전보다 전자책이 아닌 웹툰과 웹소설 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리디 셀렉트도 이제 업데이트도 뜸하고 잘 관리 안된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리디가 계속 잘 운영되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자책 플랫폼의 길을 따라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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