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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결산하기

by zian지안 2023. 12. 31.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어느 순간 한 해를 마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감흥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숫자가 바뀌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가 바뀐다고 소란스럽게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결산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게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2023년은 조금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시국이 시작되면서 몇 년간 잔뜩 움츠려 있던 사람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기이면서, 몇 번째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도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큰 감흥은 없지만 훗날 되돌아보면 아마 2023년이 터닝포인트라고 말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2023년은 그렇게 조금 특별한 한 해였기 때문에 2023년을 떠나보내는 12월 31일 저녁, 카페에 앉아 지난 1년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서 결산

10대와 20대 무렵에는 장기 또는 단기 계획을 세우고 체크리스트를 만들면서 하나하나 달성해 가는 과정과 결과를 무척이나 즐겼지만,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목표란 그냥 추상적인 개념이었고, 어떤 형식이든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최근 몇 년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목표 달성의 보람을 다시금 일깨워 준 것이 2023년의 독서였습니다.

한 때 블로그에 독서 후기도 열심히 올리곤 했지만, 직장이 바뀌면서 변화한 삶의 패턴(사실은 게으름)으로 인해 책을 읽고 독서 후기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최소한 읽은 책의 목록이라도 정리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현실적으로 1주일에 1권을 읽기도 어려울 수 있으니 매월 3권의 책을 읽는 것 - 연간 36권 - 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상반기 까지는 월 3권 패턴으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 즈음, 도서관의 책을 지하철 역으로 배송해 주는 '책나루 도서관' 서비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은 전자책 위주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전자책으로 출판하지 않은 책을 읽으려고 알아보던 중 도서관 서비스를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책나루 도서관을 알게 되고 9월부터 독서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전자책 구동은 읽을 수 있는 책이 제한되어 있는데 도서관은 거의 대부분의 책을 빌릴 수 있으니 관심 가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게다가 공짜라니!  8월까지 읽은 책이 23권이었는데 9월부터 4개월간 읽은 책이 30권으로 늘어나게 되어 최종적으로 2023년에는 53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1주일에 1권 꼴이고, 많이 읽을 때는 1주일에 3-4권도 읽은 결과였습니다.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주말에 카페에 앉아서도 읽었으니, 하반기에는 거의 다른 매체는 접하지 않고 대부분의 개인 시간을 독서를 했습니다. 사실 독서 시간을 가장 많이 뺏어가던 악의 근원이 유튜브였는데 최근에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관심이 시들시들해지기도 했고, 상반기에는 출퇴근 시간에 넷플릭스로 지난 영화들을 보곤 했었는데 하반기에는 그 시간을 독서로 전환하면서 급격하게 독서량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막상 목표로 했던 독서량을 많이 초과하여 달성하고 나니,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때 느껴지는 보람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열정이 조금은 되살아 난다고 할까요.

2024년에는 개수 목표보다는 독서 후기를 남기면서 숫자는 적어도 보다 내용에 충실한 독서를 해 보려고 합니다. 콘텐츠의 소비/지식의 습득 100%인 상황에서 조금씩 콘텐츠의 생산/지식의 전달의 비중을 높여가 보려는 의도입니다. 

업무 결산

2023년은 업무적으로도 의미 있던 한 해였습니다. 직장을 옮기고 한 동안 어떤 기술을 더 습득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지만 사실 목표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원래 하던 일을 잘하는 것 또는 관리직으로서 역할을 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ChatGPT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갈망을 채워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의 등장으로 오랜만에 학습에 대한 열의가 살아났습니다. 인공지능 분야가 업무에 연관이 있기도 하지만, 업무 시간 외에도 ChatGPT,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시기에는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이러한 기술 습득에 대한 관점을 기술 전파에 대한 관점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사내 세미나에서 ChatGPT의 등장과 향후 방향에 대한 세미나 발표를 하고, 코로나19로 끊어졌던 스터디 모임을 되살려 진행하기도 하고, 새로운 스터디를 만들기도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물론 업무와 관련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 업무를 바라보게 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기존보다 조금 더 인정받을 수 있게 된(주변 사람들이 보다 신뢰해 주는) 한해였습니다. 대외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은 것도 그런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의 진정한 의미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지식의 습득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작은 시도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2024년에는 지식의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힌 것을 정리하고 전달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여행/취미 결산

2023년에 들어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주말 중에 하루는 집에서 쉬고 또 하루는 근교 카페에서 독서나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패턴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카페를 선정하는 데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는 선택 기준이 존재했습니다. 2023년에 조금 아쉬운 점은 독서 목록을 정리하는 것처럼 카페 목록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커피가 좋은 카페를 다니면서 커피에 대한 취향은 조금 더 확고 해 졌습니다.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변경된 후, 홈카페 취미는 어쩔 수 없이 중단 상태나 다를 바 없었는데 (주말엔 주로 카페를 가므로) 사무실에 간단한 커피 장비를 가져다 놓고 오피스카페(?)를 만들어서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새로운 생활 패턴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2023년이 시작하면서, 봄과 가을 2번은 여행을 다녀오자는 목표를 정했었는데, 목표한 대로 봄에는 남도 여행을, 여름과 가을에는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서 목표를 이루긴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행의 내용과 결과를 정리하지는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 때 여행을 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했던 열의가 많이 사라져 버린 탓입니다.

그나마 여행을 다니면서 평소 가기 어려웠던 지방의 박물관등을 다녀온 건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서울권 박물관/미술관은 예년보다 적게 다녔던 것 같아 약간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녀온 박물관이나 미술전시, 공연 등은 좀 잘 정리해 보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2024년에 어느 정도까지 실제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것은 좀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아직 해외여행 비용 문제도 좀 있고, 혼자 다녀올 만큼 흥미를 끄는 여행지도 없어서 향후 해외여행을 어떻게 할지는 조금 고민 중입니다.

오랜만에 건반을 켜고 피아노 연습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니 손가락도 잘 안 움직이고 조금 좌절하긴 했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취미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으니.. 언젠가는 다시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기타 결산

건강과 식생활에 대한 개선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군것질을 줄인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리 많이 줄이지는 못했고, 운동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나름대로 저녁 산책도 다녔지만 한 해 한해 나이의 무게가 더 해 가는 만큼 운동 없이 체력을 유지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생활 속에 운동 시간을 더 늘리려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2024년에는...

2024년도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입니다. 하던 대로 책 읽고,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겠죠. 하지만 2023년에 한 번 삶의 방향이 조금 수정된 만큼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1년 후, 2024년 12월 31일에는 '그래도 작년보다 조금 더 나았어'라고 회고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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